산행후기/백두대간 산행후기

백두대간제24구간:배너미재ㅡ이만봉ㅡ백화산ㅡ이화령

함종대 2008. 3. 22. 22:21

 

 

일시:2008년 3월16일 당일산행
총거리:웅석봉ㅡ진부령(785km)
걸어온길:웅석봉ㅡ이화령(365.15km)
남은거리:이화령ㅡ진부령(428.85km)
도상거리:약 14.9km
실거리:약 17.3km(접속2.4km)
등반시간:약 8시간(점심시간,시산제 포함)
날씨:맑고 포근함

고도표:

 

지형도: 

 

어둠을 뚫고 중부내륙 고속도로를 달리는 차창밖으로 아침이 밝아오면서 상주문경 지역의 낮익은 풍경들이 스쳐지나간다.
깍아 세운듯 가파른 문경의 주흘산이 우측창가로 달려가고 애마는 이화령 터널속으로 빨려 들어가는데 오늘산행 종점이 지금 막 지나고 있는 이화령 터널 머리위 고갯마루다.

7:59

 

은티마을 주차장에 도착하여 시산제 올릴 제물을 나누어 운반하기로 하고 현수막을 베낭에 고정시켰다.
서낭당앞 주막의 주모는 아침잠에 빠져있는지 기척도 없고 몇마리의 멍멍이들이 고요한 시골마을의 적막을 깬다.
부산하게 싹이 돋고 꽃이 피는건 아니지만 봄기운이 주변에서 서성이는 느낌이 들고 산우들의 옷차림에도 개나리, 진달래등 봄꽃이 피었다.

9:04
접속구간이 끝나고 대간마루금 이어가기가 시작될 무렵 오른쪽으로 가야하나 왼쪽으로 가야하나 산우들간에 의견이 분분한 사이에도 겨울우려낸 개울물은 졸졸졸 알아서 잘도 흘러간다.

 

 

이쪽저쪽 따질것 없이 낮은곳으로만 흘러가야하는 태생적운명에 그저 한몸맡기고 돌뿌리 막아서면 감싸보듬어주고 나무뿌리 걸리면 쓰다듬고 포용하면서도 갈길은 간다.
약10분쯤 이리갈까 저리갈까 불안한 발자국을 따라 걷다가 시루봉 이만봉 방향 이정표를 확인하면서 평정을 찾은 산우들은 키작은 당단풍나무 숲길로 줄지어 들어간다.
너널바위 지대에 잔설이 남아있는 탐방로는 마루금을 살짝 벗어나 약 10여분 정도 좌측 경사면으로 돌아간다.


9:36
앞서가던 여인천하팀 산우들이 화사하게 폼을 잡고 사진을 찍고 있기에 좋은 배경이라도 있는가 싶어 다가가 보니 매끈한 희양산 암봉이 눈에 들어온다.

 

 

희양산을 건너다보며 이만봉으로 이어지는 마루금엔 날카롭게 각진 바위들과 몇차례 조우하게 되는데 크게 어려운 구간은 아니지만 좌측계곡쪽 경사도가 매우 가파르고 잔설이 남아있어 주의하는게 좋을듯 하다.
바위난간에 부처손이 긴겨울 모진 한파이겨내고 곱슬곱슬하게 자라고있었으며 면래초(眠來草)는 벌써 손가락 길이정도 새싹이 자라고 있었다.

 

 

이른봄 겨울이 물러나기도 전에 잔설을 �고 올라오는 성미급한 녀석인데 복수초와 더불어 가장먼저 봄마중을 하는 산야초중의 한 종이다.
어린새싹을 데쳐서 식용하면 30분안에 잠이 쏟아진다.
20대때 식용해 본적이 있는데 쓴맛이 매우 강하여 많이 먹지도 않았지만 몇시간을 세상모르고 잠에 취했던 기억이 있다.
여암유고(旅菴遊稿)제 10권 순원화훼잡설(淳園花卉雜設)편에 보면
'잠이란 마치 우주에 낮과밤, 가을과 겨울이 있는것 처럼 폐지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억지로 <면래>같은것을 먹여서 잠을 더 많이 자게할 필요가 있을까'라는 대목이 나오는데 이로 미루어 보건데 면래초가 옛부터 수면제 역할을 하는 야생초로 사용되었음을 엿볼수 있다.

9:59
이만봉, 곰틀봉을 지나며 오늘 진행방향 산행구간이 한 눈에 들어온다.
백화산까지 꿈틀거리듯 이어가던 마루금이 백화산을 반환점으로 이화령을 향해 완만한 하늘선을 그리며 길게 누웠다.

 

 

10:32

사다리재 주변엔 국수나무가 참나무 숲의 무릎아래 공간을 차지하고 상당한 세력권을 형성하고있었다.
곧게자란 1년생 국수나무를 20~30cm정도 잘라서 속을 뽑아보면 우동면발 보다 조금 굵은 동그란게 나오는데 스폰지 보다는 조금 딱딱하지만 촉감이 부드럽고 굳어지기 전에 또아리 모양으로 돌돌말아서 장식용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사다리 고개는 가은읍 원북리와 괴산군 연풍면 분적골 마을을 오가던 지역주민들에 의해 고사리가 많이 나는 곳이라 하여 고비미(微)자를 써서 미전치(微田峙)라고 불렀으며 사다리재는 연원이 불분명한 이름이라는 작은 안내판이 있었다.
981봉에서 바라보는 백화산은 손에 잡힐 듯 가깝고 완만한 북사면에 비해 가파른 남쪽 계곡아래 상내마을의 평화로운 풍경도 보인다.


11:28

평전치에서 안내판을 읽어본다.
남쪽의 상내리 한실마을은 마원리, 중평리, 여우목마을, 연풍지역과 더불어 천주교 성지로써 병인박해 당시 대원군의 박해를 피해 첩첩산중인 이곳으로 몸을 숨긴곳 이라고 적혀있었다.
11:36

 

1012봉을 지날무렵 참나무가지에 기생하는 겨우살이가 초록빛깔 까치집처럼 돋보인다.
항암작용과 인체의 면역력을 높여주며 중풍, 신경통, 관절염등에 좋다고 하는데 마치 만병통치약처럼 알려져 관광지마다 상품화 되어 진열되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등산로 가까이 그다지 높지 않은 나무에 터전을 잡은 저녀석도 얼마나 생존하게 될지 의문이다.
12:20

 

백화산 정상석을 배경으로 산우들이 기념사진을 찍는사이 헬기장에선 백운회 사과쟁이 님과 두분 대장님께서 시산제 준비를 하고 계신다.
이산이 백화산이라 불리게 된 것은 눈덮인 산의 모습이 하얀천을 씌운듯이 보여 붙여진 이름이라 하며 청화산과 더불어 문경지역의 좌우를 든든하게 지켜주는 명산이다.
먼저 도착한 폭주조 산우들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산우들이 큰시간차 없이 속속 도착하여 삼삼오오 둘러앉아 점심을 먹는다.
이곳에서 정남방향 시루봉 작약산아래 옹기종이 모여 있는 고향의 모습이 보인다.
어린시절 뛰어놀던 고향산천을 좀더 자세히 둘러보고싶어 망원경을 준비하고 내심 기대도했다.

 

점심을 먹으며 이리저리 살펴보았으나 망원렌즈 속에 들어오는 모습은 뿌옇게 윤곽만 잡힐뿐 기대했던 풍광은 아니다.


12:50
시산제를 올리기 위해 백두대간 상의 한 곡점(曲点)에 80여명의 산우들이 경건한 마음으로 동쪽을 향해 줄지어 섰다.

 

 

 

 

시산제에 앞서 K2열차회의 명칭을 백풍회로 하기로 뜻을 모았다.
어머니같이 넉넉하고 자애로운 대자연 앞에 갸냘프고 여린 백풍회산우들을 어여삐여겨 보살펴 주십사 무릎꿇고 두손모아 머리 조아림에 따스한 봄햇살이 산우들의 머리를 쓰다듬고 살며시 다가온 미풍은 어깨를 토닥이며 축복해 준다.
백화산을 곡점으로 하여 이화령방향 내리막이 시작되며 잔설과 얼었던 땅이녹아 질퍽거리는 구간이 교차되며 눈길보다 더 미끄러운 곳도 있었다.
조심들 했지만 하산길이 이어지며 엉덩이에 진흙 부침개를 붙이는 산우들이 늘어간다.
로프가 묶여있는 암릉을 오르고 헬기장에 다다르니 삼각산을 닮았다는 주흘산의 뾰족한 봉우리아래 문경고을이 훤히 내려다 보인다.


14:18

 

황학산을 지나면서 마루금은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고 산행에 여유가 생기자 허성만님이

상우씨보고 더덕 좀 찾아보라고 부추키신다.
더덕 얘길하며 한참을 걷던 중 마침 등산로 주변에 마른꽃이 붙어있는 더덕줄기를 발견하여 함께 산행하던 분들께 확인시켜 드렸더니 산행 분위기는 일순간 더덕찾기 모드로 전환되었다.

 

이어지는 순탄한 산길에 여인천하팀은 연신 사진을 찍고 김학량 부부팀은 다정하게 담소하며 공원길을 산책하듯이 여유로운 산행을 이어간다.


15:15

표지석이 없었다며 그냥 지나쳐도 모를 조봉을 지나 30여분쯤 걷다보니 마루금 중앙에

이화령방향을 표시한 나무안내판이 앞을 막아서고 탐방로는 문경방향 우측 경사면을 따라 우회하게 된다.

 

군사시설을 따라 설치된 철조망을 비켜서 포장도로에 내려서면 좌측방향 넓은 주차장이

이화령 휴게소 마당이다.
고속도로 터널이 뚫리기 전에는 충북 연풍과 경북 문경을 넘나드는 차량들로 하루종일

주차장이 북적거렸는데 이젠 전설이 되어 버렸고, 백두대간 종주팀이나 주변산을 등반하는 산악인들의 쉼터정도로 자리매김 될 듯하다.

 

 

16:00
이화령 휴게소에서 마루금 이어가기를 중단하고 문경고을쪽으로 버스로 이동하여 팔도 농산물 직거리 장터에서 삶은돼지고기와 막걸리로 산행의 피로를 풀어본다.
이번구간 산행은 따사로운 봄볕을 쬐며 여유로운 가운데 2008 시산제를 거행하고 백풍회라는 이름까지 얻게 된 의미있는 하루였다.
백운회 선배님들과 하늘의 축복속에 뜻깊은 행사를 올렸으니 이제 모두 다 하나되어 낙오자 없이 다함께 진부령에서 크게 웃어보길 기대한다.
대구로 돌아오는길 서쪽하늘이 곱게 물들고 온누리를 어루만지던 태양은 산그림자 끝에

눕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