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후기/백두대간 산행후기

백두대간 제21-2구간 : (21구간 보충산행)문장대-밤티재-늘재

함종대 2008. 2. 12. 18:48

 

 일시 : 2008년 2월3일 당일산행

날씨 : 맑음

산행시간 : 약 5시간 30분 정도

 

1시간 이른 시간 새벽3시 휴대폰의 힘을 빌어 눈을 뜬다.

석경이 녀석은 몇 번을 깨워도 자꾸만 이부자리 속에 미련을 떨치지 못한다.

저녁에 챙겨놓은 배낭을 둘러메고 여느 때처럼 아내의 애마를 타고 어둠 속을 달린다.

하지만 오늘은 아내에게 무척 미안하다.

내일 무릎관절 수술이 예정되어 있어서 오늘 입원을 해야 하는데 같이 있어 주지 못 하기는커녕 산에 미친 듯이 산중으로 향하고 있으니 염치가 없어도 이만저만한 일이 아니다.

김 대장님께서 “본인사망 외에는 불참하지 않는다.” 라는 정신무장을 하라고 하셨기에 그 말을 무조건 믿고 따르기는 하지만 마음 아리고 옷자락이 현관문에 낀 듯하다.

이른 시간 이지만 모두들 시간 맞춰 참석하여 4:42분 성서 홈플러스 앞을 출발한다.

선산휴게소에 아침식사 차 들렸지만 석경이는 밥보다 잠을 좀 더 자겠다기에 그냥 자게 두고 산행 중 행동 식을 하기로 하고 따끈한 베지밀을 사 왔다.

김밥과 떡, 감귤, 베지밀이 이번 산에 준비한 아침행동식이다.

7:03분

지난주 하산지점 화북면 시이동 매표소 주차장에서 문장대를 향한 접속구간 산행이 시작된다.

이제 막 어둠이 물러나려하는 이른 시각인지라 국립공원이지만 우리 팀 외에 다른 탐방객은 보이질 않는다.

부지런히 앞서 걷는데 성불사 입구를 지날 무렵 김홍돈님 과 나비야 님이 축지법을 쓰며 앞서가신다.

축지법을 쓰시는 김홍돈님을 보니 이제 건강을 되찾으신 듯하다.

탐방로에 쌓인 눈은 등산객들의 발길에 눌려 단단히 굳어 있었으며 산행하기에 불편한 정도는 아니었다.

다만, 미끄러지거나 돌계단 바깥쪽으로 헛딛는 일만 신경 쓰면 될 듯하였다.

문장대까지 약 3.8km정도 이어지는 가파른 오름은 30분도 채 못가서 외투를 벗게 한다.

외투를 벗어 챙기는 김에 아이젠을 착용하고 물 한 모금 마시는 사이 20~30명의 산우들이 지나쳐간다.

서서히 어둠이 물러난 자리에 억겁의 세월 못 다 푼 화두를 풀기위해 속리산 특유의 부드럽고 수려한 바위들이 참선 수도하는양 좌정하였다.

 

8:30

문장대 정수리에 홀로섰다.

탐방객들로 분주하던 지난주와는 달리 조용한 산정의 풍광은 차분하다 못해 파르라니 파노라마 펼쳐놓고...

이른 아침 하늘아래 한 꼭지 점에 홀로선 산객은 천황봉, 비로봉, 문수봉을 아우르다가 헬기장을 지나 기암괴석 즐비한 마루금으로 총총히 숨어드는 산우들에게 시선의 초점을 맞춘다.

사람 좋고 부지런하고 축복받은 사람들...

쌓인 눈을 헤치고 바위 넘어 시리도록 아름다운 산하를 누빌 수 있는 튼튼한 다리와 건강한 몸을 지녔음이 얼마나 큰 축복인가.

법주사 방향을 향하여 아내의 수술이 잘 되길 바라는 심정으로 합장하고 철계단을 내려선다.

헬기장을 가로질러 이어지는 비 탐방로 구간은 쌓인 눈부터 다르다.

다져지지 않아 보송보송한 눈이 발목보다 높이 푹푹 빠진다.

8:50

말로만 듣던 첫 멍멍이 구멍 앞 에 산우들이 줄지어 서 있다.

배낭을 받아주고 손잡아 당겨주고. 밀고 당기는 끈끈한 정이 묻어난다.

지금 우리 앞에 놓여 진 저 구멍은 상부상조하며 둥글게 둥글게 어울려 살아가야 할 우리내 삶의 통과의례를 위한 자연의 시험대 인지도 모른다.

발바닥을 바위에 밀착시키고 마주잡은 손에 힘주어 산우들을 당겨본다.

하나 둘 호흡 맞춰 으랏차차.

 

9:00

마의 암릉 로프 구간 앞에 30여명의 산우들이 바윗골에 갇혀 차례를 기다린다.

진행속도를 보아하니 상당한 시간 대기해야 할듯하여 체온유지를 위해 보온내피를 챙겨 입고 두꺼운 장갑으로 무장을 해본다.

잠시 후 후미 조와 같이 도착하신 김 대장님께서 산우들의 안전을 위해 바위틈새에서 줄을 잡아주고 발 딛을 위치를 지정해 주시는 등 세심하게 배려하시며 수고로움을 마다않으시는데 정작 본인의 입술은 파르라니 추위에 떨고 있다.

혹시나 쓰일 데가 있으려나 싶어 준비해온 비상로프로 동호와 여성대원들의 로프타기를 보조지원해주는 사이 40여분의 시간이 흐르고 긴 기다림 끝에 짧은 스릴을 느끼며 2번째 관문을 통과한다.

가파른 눈길을 미끄러지듯 이리저리 밀려 내려오다 9:53분쯤 세 번째 통과의례를 무사히 치르고 나자 순탄한 내리막이 이어진다.

풍화가 심한 사암에 파란색 페인트로 백두대간과 견훤 산성 방향을 표기한 곳을 지난다.

상주지역을 진입하면서부터 문경 가은태생의 견훤과 관련된 유적지나 지명들이 많이 등장 하게 되고 설화나 구전민담 들도 이 지역에서는 신격화 되거나 미화 된 듯한 내용들이 많다.

농암면의 말 바위 설화는 바위굴에서 나온 야생백마를 아무도 길들이지 못했으나 견훤 앞에서는 순한 양처럼 복종했다고 하며 아차마을의 구전설화에서는 견훤이 활쏘기 훈련을 하던 중 과녁을 향해 활을 쏘아 놓고 말을 달려 과녁 앞에 당도 했으나 화살이 없자 빗나간 줄 알고 낙담했는데 잠시 후 날아온 화살이 과녁에 명중하여 ‘아차’라고 했다하여 마을 지명이 아차라고 불리게 되었으며 또한 견훤의 어린 시절 부모님들이 어린 견훤을 밭두렁에 �혀 두고 농사일을 하는 사이 호랑이가 내려와 젖을 먹이고 사라졌다는 구전 설화 등이 대표적이며 이 외에도 곳곳에 견훤의 흔적이 존재하고 있다.

견훤의 탄생지 가은이 나의 고향인 연고로 어릴 적부터 견훤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견훤이 대단한 장수 인줄 알았는데 학교를 다니고 역사를 배워가면서 왕건을 알게 되고 견훤이  패장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11:10

밤티재 절개지에서 대기 중인 조 대장님을 만났다.

건너편 절개지위에 계신 분과 수신호로 안전을 확인하고 통과해야 할 방향을 알려주시는 데  장시간 대기하신 듯 추워 보였다.

가파른 절개 지를 서둘러 내려서서 텅 빈 초소 옆을 횡단하여 건너편 절개지 쪽으로 붙는다.

종종걸음으로 도로에서 떨어진 안전지대(?)까지 멀어 졌다고 느낄 때쯤 안나님, 김 대장님, 조 대장님과 후미 조 일행들이 도착하시는 걸로 봐서 모두 무사통과 한 듯하다.

일주일 만에 다시 도전하여 목적을 달성한 샘이다.

간식을 먹으며 안전통과에 관한 덕담들이 오가고 점심시간이 어중간하고 하산지점에 따끈한 국이 준비되어 있으니 간식으로 요기를 하고 하산하여 점심을 먹자는 김 대장님의 말씀에 692봉을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11:55

마지막 개구멍을 네발로 기어서 통과하고 이어서 바위를 기어오르니 문장대 방향으로 탁 트인 조망이 일품이다.

용트림 하듯이 힘차게 이어지는 마루금은 쌓인 눈과 조화를 이루어 동양화를 연상케 한다.

지나온 발자취가 이토록 선명하게 훤히 건너다보인 적은 아마도 처음이 아닌가 싶다.

한 번의 좌절 끝에 재도전하여 이뤄낸 성취감과 몇 번의 구멍통과와 암벽통과라는 독특한 구간이었기에 반추하는 조망은 뿌듯함 그 이상이다.

 

692봉을 넘고 12:45분쯤 350년생 음나무와 성황당이 지키고 있는 늘재에서 아이젠을 벗으며 산행을 마무리 할 즈음 버들강아지가 뽀얀 솜털을 뒤집어쓴 채 눈길을 끈다.

그러고 보니 입춘이 내일이다.

남녁 어느 곳에선가 봄이 오고 있을 게다.

오랜만에 먹어보는 갱시기는 따끈하게 속을 풀어줌을 넘어 고향의 향취까지 느끼게 해 준다.

허성만님이 넘치도록 따라주는 막걸리 한 잔을 마시고 나니 다음구간에 올라야 할 청화산이 올려다 보인다.

대야 산 이라는 소문난 구간을 앞두고 초장부터 만만찮은 신고식을 치러야 할 듯하다.

이번산행은 미완의 구간을 보충하는 짧은 구간 이었지만, 짜릿한 스릴도 있고 협동과 동심으로 개구멍통과도 해야 하는 등 산을 타는 재미를 알차게 느낀 구간이었지만 아내의 수술과 관련하여 많은 생각을 하며 지나온 구간으로 오래토록 잊혀 지지 않을 듯하다.

이번구간을 무사히 완주하도록 추위 속에서 도와주신 두 분 대장님과 선배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산행을 마무리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