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2008년 2월 17일 당일산행
총거리:웅석봉-진부령(785km)
걸어온 길:웅석봉-버리미기재(320.39km)
남은거리:버리미기재-진부령(455.61km)
실거리:약 20km
산행시간:약10시간정도
날씨:맑음
토요일 저녁30m짜리 로프에 매듭을 만들며 내일 산행을 머릿속으로 도상연습한다.
석경이 녀석은 8차,9차 선배들의 후기를 읽어보고 산행안내를 몇번이나 보며 내일산행이 걱정이 되는지 이것저것 많은 질문을 한다.
지금 매듭 만들고 있는이 로프로 네몸을 묶어서 암벽아래까지 다 내려갈때 까지 안전하게 잡아 줄 거라니까 안심을 하는 눈치다.
무릎수술을 받은 아내는 소파에 기대어 부러움 반 걱정 반으로 부자간의 대화에 간간이 양념을 친다.
1시간 이른 새벽 3시에 기상하여 장비점검을 하고 택시에 오른다.
이제까지 21구간을 지나오면서 매번아내의 차를타고 이동하여 배웅을 받다가 택시를 타려니 뭔가 ?
오늘따라 버스도 새로 바뀌고 백운회 선배님들 모습도 여러분 보인다.
이슬이님은 개인사정으로 산행은 못하시고 보급품을 지원 해 주시고 돌아가시는 데 이른시각에 밤잠 설쳐가며 대단하신 정성이다.
7:15분
설 지나고 첫 산행이라 늘재에서 음나무가 내려다 보는 가운데 세배를 한다.
백운회 선배님들 열차 산우님들 모두모두 복 많이 받으시고, 운수대통하소서.
산행을 시작할 무렵 문득 320년 된 음나무와 벗하며 나이도 모르는 작은 성황당에 눈길이 간다.
수도 한복판에서 600년 동안 나라의 흥망성쇠와 역사의 질곡을 고스란히 지켜보며 지존으로 자리매김 해오다 참변을 당한 숭례문과 한적한 시골 고갯마루에서 꽃피고 새우는 소리에 나이조차 모르고 대처가 어디쯤인지도 모르는자그마한 성황당은 어떤차이이며 어떤의미일까?
청화산 남사면에 붙어 숨이 가쁘도록 생각해 보건만 개운한 결론을 얻지못한다.
이번구간부터 내고향 문경땅으로 진입한다.
왼발은 타향에 오른발은 고향땅에 걸치고 마루금을 그어간다.
7:48분
타향쪽에서 불어오는 찬 바람이 꾀나 매섭다고 느낄때쯤 정국기원단 표지석이 있는 전망대에 도착한다.
분재같은 소나무뒤로 천황봉, 비로봉, 문장대, 관음봉으로 이어지는 속리산의 비경이 선명하게 한 눈에 들어온다.
백운회 선배님들은 지난해 이 구간에서 짙은 안개로 고대했던 조망을 하지 못했다며 이토록 날씨가 쾌청하니 열차 대원들은 복받았다고 하신다.
김대장님께서는 대야산 북벽 로프구간 안전산행 준비를 위해 백운회 선배님 몇분과 같이 대야산으로 직행하시고 후미대장은 8차 9차에 걸쳐 연속 백두대간 완주를 하신 선배님께서 하시게 되었는데 늘재에서 꾸물거리다 후미에 서게되어 잠시나마 같이 산행하는 영광을 입게 되었다.
청화산 안부 헬기장에서 파란하늘을 닮은 백운회 안상태님과 사진한 장을 남긴다.
안 선생님은 백운회 종산제에서 처음뵙고 팔공산 청소산행에 이어 이번이 세번째이지만 여러번 같이 산행 한 듯한 친근감이 느껴지는 것은 특유의 여유로운 웃음때문일까?
남덕유산 파란하늘아래 하늘까지 이어진 나무계단에 천국으로 가는 계단이라는의미를 부여하고 하늘길을 열어주더니 청화산에서 넉넉한 미소로 사진기 앞에 서신다
파란하늘...하늘까지 이어지는나무계단...하회탈같은미소...맑은기운의 청화산...내 안의 충만함이 홍시처럼 붉어지는 산행이다.
8:44분
청화산 정수리에서 사방으로 확트인 조망에 속이 후련해 진다.
조선시대 택리지의 저자 이중환(李重煥)은 이곳 일대를 금강산 남쪽에서 으뜸가는 산수라고 극찬했으며 자신의 아호를 청화산인(靑華山人)이라 지을만큼 흠뻑 빠져들었다고 한다.
문경지역을 감싸안고 돌아가는 청화산 대야산 희양산 백화산으로 이어지는 수려하고 아기자기한 산세와.
선유동 봉암용곡 등 빼어난 경관과 맑은 계류는 산자수명(山紫水明)그 자체 이며 문경의 자랑이기도 하다.
청명한 날씨는 조항산이 손에 잡힐듯이 가깝게 느껴지게 한다.
청화산에서 갓바위재 방향 마루금은 오르내림이 심하진 않지만 좌우측 계곡으로 연결되는 경사면은 상당히 가파르다.
우측계곡 농암면 궁기리는 견훤이 활쏘기를 연마하던 곳이며 조금 더 내려가 연천리 말바위는 견훤이 타고다닌 명마를 만난 곳이라고 한다.
마루금이 잠시 숨고르기를 하다 858봉의 암릉에 이르자 다시 한번 시원한 조망이 펼쳐지며 좌측 의상 저수지가 얼어붙어 눈이 쌓인모습도 보인다.
태공 이라면 얼음낚시 생각이 날 만도 하겠다.
초록을 벗어버리고 가까이 다가선 조항산은 골산(骨山])풍모를 보여주며 있어야할 곳에 적절히 배치된 바위들은 토라지거나 어두운 곳 없이 밝은 기운으로조화를 이룬다.
10:54분
조항산에 오르메 하늘공간이 활짝 열리고 수려한 산하가 발 아래다.
하지만 신경은 오로지 대야산 방향으로 쏠린다.
속리산 등 다른곳을 조망하다가도 나침반의 자침이 한 방향만 지향하는양 시선은 어느새 대야산을 향한다.
기다림인가?두려움인가?
시선이 가는 방향으로 몸이 따라간다.
조항산 북사면은 상당히 가파른 경사에 눈이 두껍게 쌓여서 석경이 녀석이 두어번 미끄러져 넘어지더니 아예 엉덩이를 깔고 눈썰매를 탄다.
넘어지지 않으려 용 쓰기 보다는 차라리 그 편이 낳을지도 모르겠다.
부러움 섞인 동심으로 녀석의 뒤를 따르며 한참을 내려선다
고모치가 가까워 지면서 좌우측 계곡에 느릅나무, 층층나무, 물푸레나무류가 군락을 이루며 생육상태가 양호하다.
한때 느릅나무 껍질이 만병통치약인 것 처럼 소문이 나면서 느릅나무들이수난을 당하기도 했는데 이 곳은 참화를 면한 것 같다.
11:27분
고모샘< 石間水 >표시가 있는 고모치에 도착하여 땅에 떨어진 석간수 표지판을 본다.
베낭에 식수도충분하고 석간수는 얼어있을 것 같아 샘을 확인하는 일은 생략하고 물을 마시기 위해 생수통 뚜껑을 열어보니 아래와 윗부분이 얼어 있었다.
얼음과 함께 생수를 우적우적 씹어 삼키고 등로에 붙는다.
고모치에서 밀재를 지나 대야산에 이르는 구간은 기암괴석과 수려한 암봉들이 즐비하여 수석 전시장을 방불케 하며 이번구간 중 볼 거리가 가장 많은 구간이 아닐까 생각 한다.
할매 통시바위,코끼리바위,집채바위,고래바위,대문바위,투구바위 등 이름이 붙여져 유명새를 타는 바위 외에도 이름 없는 많은 암릉과 바위들 또한 그 생김새나 품위가 결코 빠지지 않는다.
다만, 상처난 곳의 딱지처럼 흉물스럽게 방치된 채석장 흔적들이 눈에 그슬린다.
또한 마귀할멈 통시바위라는 호칭에 대해서 과거를 회상해 보면 마귀라는 표현은 바르게 전달되지 못한 듯 하다.
내 기억으로는 "마고할매"라는 호칭이 이 지역에서 옛부터 구전으로 전해져 내려오는 표현인데 발음이 비슷하니까 고증도 없이 마고를 마귀로 표기한 게 아닌가 싶다.
나의 고향집 가까운 곳에도 마고할매 애(아기)낳은 바위, 마고할매 아(아기)업은 바위가 있다.
마고할매는 서양식 마귀가 아니라 궁핍한 산골 민초들의 애환과 고민을 들어주고 풀어주는 미륵이나 삼신할매 같은 존재였다.
촛불켜고 정한수 떠 놓고 치성드리면 다 들어주는 할매...
두렵지않고 친근한 할매였다.
마귀라는 표기를 보면서 빼재가 수령(秀嶺)이 되 버린 비내리던 고갯마루가 생각난다.
13:00분
협곡같은 밀재를 지나 30여분을 지날 무렵 대야산 정상에 노란 현수막이 보이고 움직이는 사람들의 모습도 보인다.
눈을 덮고 있는 투구바위를 쓰다듬고 대야산에 오르니 백운회 선배님들의 정성이 깃든 현수막이 가슴뭉클하게 맞이한다.
아무도 없는 대야산 정상바위위에서 감동에 조망을 즐기고 하산지점을 살피던 차 너편 암봉위 작은 나무에 노란 K2시그날이 보인다.
다소 긴장하며 가파른 내리막을 10여분정도 내려서니 백운회 선배님들께서 반겨 맞으신다.
우선 정성이 담뿍담긴 따끈한 커피 한 잔으로 긴장을 풀고 석경이 녀석을 먼저 로프를 잡게한다.
사과쟁이님께서 로프타는 자세한 요령을 설명해 주시고 석경이 허리에 보조로프를 묶어 안전을 확보한 후 내려보낸다.
오늘따라 사과쟁이님의 듬직한 체구가 더욱 믿음직 스럽게 보인다.
속리산 개구멍을 넓혀 놓았다며 도움을 주시더니 대야산에선 보조로프로 암벽의 높이를 줄여주시는 열성에 진정한 감사를 드린다.
벼랑중간에 위치한 김대장님은 큰소리로 자세를 교정해 주시고 발 딛을 위치까지 지정해 주시며 온 신경을 집중하신다.
석경이가 조대장님 방향으로 로프를 옮겨간 다음 나도 뒤를 따른다.
정신을 집중하고 두 손바닥을 타고 사르르 미끄러지는 전율을 느끼며 한 매듭 또 한 매듭 인생의 고비를 넘듯이 상념을 버리고 내려선다.
김대장님이 계신 암벽중간에 도착하니 장시간 대기하신 듯 추워보인다.
김대장님을 중심으로 윗 구간에는 보조로프가 있어 어느정도 안전이 확보 되었지만 아랫구간은 보조로프가 없기에 집에서 준비해 온 30m짜리 로프와 5m짜리 보조로프를 김대장님께 건네주고 다시 스릴을 만끽하며 하강한다.
맨 아랫구간에 계신 조대장님은 김대장님보다 더 추워보인다.
시간으로 보아 아직 한참을 더 고생들 하셔야 할 텐데 미안스럽고 먼저 하산하기가 송구스럽다.
북벽 로프구간이 끝나고 눈썰매를 즐기던 석경이 녀석 제 엄마에게 전화를 건다.
큰일 이라도 치룬것 처럼 한 옥타브 높은 목소리로 자랑스럽게 통화하는걸보니 제딴은 무척 긴장했었나 보다.
아마도 지금까지의 산행과는 또 다른 체험이었으리라.
행여 작은난관 하나 통과했다고 우쭐대거나 자만하여 산을 얕보는 오류를 범하는 일이 없기를 바래본다.
아울러 백운회 선배님들과 두 분 대장님들의 희생과 도움을 가벼이 보지 말고 봉사하고 희생하는 참뜻의 의미를 되돌아 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15:15분
가파른 모습으로 하늘선을 그리고 있는 대야산을 뒤돌아 보며 촛대봉을 오르는데 김작가님과 폭주조 여러분들이 양지바른 암벽사이에서 휴식을 취하고 계신다.
맨입으로 계실분 들도 아니고... 음식의 흔적이 사라진 것 으로 보아 상다시간 그러고 계신듯 하다.
선두조 분들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휑하니 앞서갈수 있겠지만 우리네 사정은 그렇지 못하니 잠깐의 휴식뒤 먼저 출발한다.
15:35분
굴참나무 울창한 불한티재를 지나 곰넘이 봉 남사면을 오른다.
불한티재를 중심으로 뒷쪽 북사면은 흰 눈 쌓인 설국인데 건너편 양지바른 곳은 낭만적인 늦가을 풍경이 펼쳐진다.
15:55분
기이한 형상에 예사롭지 않은 분위기의 미륵바위를 지난다.
대야산 북벽을 응시하며 기나긴 침묵에 잠긴 바위목부위에 누군가 밧줄을 걸어놓아 볼썽사납다.
16:23분
희양산을 바라보며 곰넘이봉에 오르니 정상석은 탐방로 좌측 커다란 암봉끝에 작은 오석으로 세워져 있었다.
사진을 찍기 위해선 곰이 재주넘듯이 눕거나 낮은 자세를 취할 수 밖에 없었다.
이러한 점을 의도하여 낮은 표지석을 설치한 건 아니겠지만 웃음이 난다.
곰넘이봉을 오르고 나면 오늘의 난관이 끝나려나 햇던 판단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하산길에 몇차례 아찔한 경사면에서 로프를 타고 내리기를 반복하고 유격훈련을 하듯이 로프를 타고 암벽을 오르는 산행이 이어진다.
남자들에겐 재미있는 산행이겠지만 여자분들이나 아이들은 쉽지않은 산행일 듯 하다.
산허리를 감싸고 돌아가는 참호를지나면서 버리미기재를 통과하는 포장도로가 보인다.
17:04분
감시초소가 있는 버리미기재에 도착 했으나 조대장님이 대야산 북벽에 계시니 아무런 표시도없고 버스도 없다.
기사분께 전화를 하니 가은 방향으로 20여분 더 내려오란다.
뒷사람들을 위해 지니고 있던 지형도를 꺼내 대충화살표를 표시해 두고 아스팔트길을 걸어가니 선유동입구 주차장에 버스가 보인다.
백운회에서 준비하신 매운탕으로 속을 확 풀고 장작불지핀 드럼통 난로불을 쬐며 기다리는 동안 해가지고 어둠속에 산우들이 도착하면서 산행이 마무리 된다.
어렵고도 재미있고 볼거리 많은 이번구간을 마치며 추운 암벽에서 긴시간 동안 희생봉사 하시고 뒷풀이 매운탕까지 준비해서 지원해 주신 백운회 선배님들께 산을 닮은 넉넉함과 무한한 봉사정신을 배웠다.
일년뒤 우리열차들도 뭔가를 해야한다는 책임감을 느끼며 아름다운 전통을 만들어 주신 선배님들께 감사드린다.
선배님들이 남긴 발자국은 후일 후배들이 따라 걸어야할 길이기에 백범일지에 있는 서산대사의 선시(禪詩)를 소개하며 끝을 맺는다.
답설야중거(踏雪野中去):눈 덮이 광야를 걸어갈 때에는
불수호난행(不須胡亂行):이리저리 함부로 걷지마라.
금일아행적(今日我行跡):오늘내가 걸어간 발자국은
수작후인정(遂作後人程):반드시 뒷사람의 이정표가 되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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