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2007년 12월2일 당일산행
총거리:웅석봉-진부령(785km)
걸어온 길:웅석봉-큰재(248.15km)
남은거리:큰재-진부령(536.85km)
도상거리:약18.7km
실거리:약19.4km
등반시간:6시간 40분
날씨:오전 흐리고 오후 비
고도표:
지형도:
7:30
추풍령의 가로등 불빛이 희뿌옇게 바랠 무렵 열차 악우들이 새벽공기를 헤집고 북진을 시작한다.
금산을 향해서 첫 오름을 오를 때 추풍령 철길옆 금마동에서 경쾌한 유행가가 울려 퍼지더니 이장님 인 듯한 사람이 마을 방송을 한다.
내용은 잘 모르겠으나 특유의 이장님 표 방송에서 정겨움이 묻어난다.
출발 지점에서 20분이 채 못 되어 도착한 금산정상은 아찔한 천길 낭떠러지 인데 채석을 하면서 절개면이 수직에 가깝도록 곧추서 있다.
대간 마루금의 금산은 옛 이름일 뿐 이젠 인간이 갉아 먹다 남긴 뾰족한 뼈다귀 같은 언덕이 위태하게 서 있을 뿐이다.
수 없이 쌓인 낙엽을 바스락바스락 밟으며 걷던 악우들이 하나둘 두꺼운 외투를 벗어 버릴 정도로 날씨는 온화한데 구름이 짙게 드리워 져 조망은 일찌감치 포기해야 할 듯하다.
약 1시간 40여분을 지나온 마루금은 아홉시 방향으로 크게 꺽이며 사기점 고개 쪽으로 내리막을 이루고 있다.
9:23
사기점 고개에서 잠시 쉴 때 쯤 악우들의 의복은 가을산행을 하듯 가볍게 변해 있었고, 이마엔 땀 흘린 흔적이 끈끈하게 묻어난다.
야트막한 봉우리 하나를 넘고 포장임도를 횡단하여 작은 봉우리 정상에서 9시 방향으로 마루금은 이어지고 거의 같은 고도의 봉우리 하나를 건너 다시 9시 방향 급한 내리막을 내려오니 조금 전 횡단했던 그 임도였다.
임도를 꽉 채울 듯이 흩어져서 산행을 하던 악우들이 뭔가 속은 듯 하다 면서 얘기꽃을 피운다.
납골 묘지가 보이는 야트막한 야산으로 진입하여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포장임도를 만나자 이젠 웃어버리는 대원들.......
우측 도랑건너 도립 김천노인 전문병원이 보이더니 발아래 작은 정자가 있는 작점고개가 보인다.
10:19
여럿이 모였으니 그냥 지나칠 수 는 없으 렸다. 앞줄은 앉고 뒷줄은 선 자세로 사진 한 장 남기고 오르막으로 다리품을 팔러간다.
약 380봉 정도의 봉우리를 지나면서 진행방향은 또다시 아홉시 방향으로 크게 휘어지며 용문산 까지 약 3km정도의 순한 오르막이 이어진다.
11:30
겨울가지에서 떨어진 낙엽들이 이 골짝 저 언덕에 누워 마지막 안식을 취하는데 분위기 있는 시 한 소절이라도 떠오를 듯 ......
얼마만에 느껴보는 여유로움 이던가
감성의 문을 활짝열고 앙상한 겨울나무에서 부터 헬수없는 시몬들 까지 모두다 포옹하고싶다..
이순간 만큼은 솜털까지 깨어있고싶다.
눈에 보이는 저들과 하나이고싶다.
인간 송충이들이 송진을 채취하기 위해서 톱으로 소나무의 생채기를 낸 흔적이다.
상처 난 속살을 드러낸 나무는 병해충에 노출되고 추운 겨울이면 어떡할지 생각해 볼 일이다. 금산의 회손 된 모습에 이어 또 다른 인간의 무자비한 횡포 앞에 낙엽을 밟는 것조차 부끄러워지는 순간이다.
11:50
아침을 부실하게 먹던 석경이 녀석이 배가 고프다기에 용문산 중턱 젊잔게 생긴 바위에 걸터앉아 점심을 먹었다.
점심이래야 싸늘하게 식은 김밥4줄이었지만 시장이 반찬이라고 꿀맛같이 맛있다.
12:10
용문산을 앞둔 봉우리 숲속에 메트로 홍님과 같이 산행을 하시던 분들이 낙엽위에 점심 자리를 마련하고...... 잠시 후 도착한 정상 헬기장에 조금 앞서가신 분들이 흐린 하늘 아래 중식을 드신다. 얼핏 보니 보온도시락, 물통 등 보온에 신경을 쓰신 분들이 많은 것 같다.
금방이라도 눈이나 비가 올 듯 잔뜩 찌푸린 날씨 탓에 조망을 할 수 없고 기도원삼거리 방향으로 내려선다.
아니나 다를까 기도원 삼거리를 지날 무렵부터 작은 빗방울이 낙엽을 녹녹하게 적시기 시작한다.
국수봉을 향한 오르막은 뽀얀 안개가 짙게 드리워지며 앙상한 겨울나무는 잠을 자듯 움직임이 없다.
13:10
국수봉 정상이 보일 무렵부터 바람이 일더니 기온이 뚝 떨어지는 느낌이다.
정상 표시석 옆에서 선봉대장님께서 우의를 휘날리며 악우들을 안내하고 계신다.
걸어 다니는 등대 같은 분이다. 정상에 오래있으면 꽤나 추울 텐데.
가늘게 내리던 빗방울은 작은 알갱이의 눈과 섞여 내리기 시작한다.
하산 길에 조그마한 노간주나무 한 그루가 어울리지 않게 큰 명찰을 달고 폼을 잰다.
노간주나무는 잎이 짧고 뾰족뾰족하여 가까이 다가서기가 부담스럽지만 농가에서는 소코뚜레의 재료로 쓰이는 나무이다. 목질이 질기고 단단하며 겉껍질을 벗기면 매끈매끈하여 소 코뚜레 재료로 는 제격인 나무이다. 송아지가 태어나면 산에 가서 손가락 굵기 정도의 곧은 노간주나무를 베어다가 잔가지와 껍질을 제거하고 은은한 숯불에 구워 동그랗게 모양을 잡아 처마 밑이나 그늘에 매달아 두었다가 사용한다.
국수봉 정상에서 40여분 내려서니 마을이 가까워지고 있음이 느껴진다.
국수나무, 쥐똥나무, 찔레나무 같은 야산에 터전을 잡고 살아가는 나무들의 개체수가 많이 눈에 띈다.
게중 찔레 나무는 봄철에 꽃이 피면 은은한 향기와 청초한 아름다움으로 사랑을 받는다.
하지만 일단 꽃이 지고나면 날카로운 가시를 가진 가시나무로 천대받기 일쑤이다.
그러나 겨우살이를 하는 토종 야생동물 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나무이다.
찔레나무의 빨간 열매는 겨울에도 떨어지지 않고 달려 있으므로 꿩이나 찌르레기 같은 조류의 중요한 먹이가 되고, 노루나 토끼 같은 초식동물은 열매도 먹지만, 일년생 가지나 새순을 즐겨 먹는다. 찔레나무는 다른 나무에 비해서 껍질에 수분이 많고 목질이 비교적 부드러운 편에 속하기에 먹잇감으로 적당하여 눈이 내려 낙엽이나 먹잇감이 눈 속에 덮히고 나면 생명수와 같은 중요한 나무라고 할수있다..
14:10
금강과 낙동강 수계 분기점을 표기해 놓은 큰 재에 부슬부슬 겨울비가 내린다.
지금 내리고 있는 이 빗방울들도 지형에 의해 헤어짐과 동행이 결정될 것이다.
도로변에 위치한 옥산 초등학교 안성 분교는 제멋대로 자란 잡초와 부서진 유리창, 뜯겨나간 교실바닥, 거미줄 친 화장실 등등 모두 아이들을 기다리다 지금은 제 빛을 잃어버렸다.
잠시 돌아보니 건물 2동에 화장실이 따로 있고, 본관 건물은 교실이 4칸 뒤쪽 건물은 2 칸이다.
황폐화 되어 가는 교정을 보며 내가 다니던 초등학교가 자꾸만 떠올라 공허함을 달래려 막걸리 한 잔을 벌컥벌컥 넘겨본다.
싸르르 하게 식도를 타고 내려가는 추억 한모금.......
딸랑 교실 두 칸에 선생님 두 분, 1학년에서 4학년까지 50여명의 미니 학교였는데, 깜장고무신에 책보자기를 질끈 묶어서 등교하는 아이들은 땟 국물이 반지르르한 촌놈들이었다.
이제 다들 시집 장가 들어 자식 낳고 살텐데...
폐교 처마 밑에서 끓여 낸 따끈한 국밥은 겨울 내 비 맞고 산행한 악우들의 움추 렸던 속을 넉넉하게 풀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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