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2007년 11월 18일 당일산행
총거리:웅석봉-진부령(785km)
걸어온길:웅석봉-추풍령(229.45km)
남은거리:추풍령-진부령(555.55km)
도상거리:약21.8km
실거리:23.5km
산행시간:약8시간 50분
날씨:강풍이 하루종일 몰아친 초겨울 날씨
고도표:
지형도:
15구간 온화한 가을 산행을 다녀온지 2주만에 떠나는 16구간은 시작부터 예사롭지 않다.
우선 고도표상에서 보는 높낮이와 산행거리로 보아 만만치 않은 상행이 되리라.
짐작이 가지만 무엇보다 가장큰 장애요인은 강풍이다.
우두령에 도착하여 버스에서 내리는 순간 세찬 바람이 왼쪽 뺨을 후리고 지나간다.
일행들이 미처 장비를 챙기기도 전에 선두몇분이 후다닥 오르막으로 내달린다.
얼떨결에 석경이를 재촉하여 선두뒤를 따라 총총걸음을 옮기는데 왼쪽에서 몰아치는 바람이 얼마나 매서운지 귀가 얼얼하여 모자에 달린 귀마개를 내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귀마개 내리고 옷매무새 단속하는 사이에 선두조는 바람에 날려가듯 걸음걸음 낙엽을 날리며 멀어져 간다.
9:14
여정봉이라 적힌 차량 번호판 같은 작은 철판이 바람을 피해 땅에 납작업드려있었다.
폐초소옆을 지나자 형제봉과 황악산이 건너다 보이고 그 아래로 자세를 낮춘곳이 바람재다.
억새사이로 구불구불 이어진 비포장 임도가 동쪽 대항면으로 꼬리를 감추고 황량한 목장풍경은 그저 한가롭기만 하다.
아마도 늦은봄이나 여름철 이곳의 경치가 상당히 운치 있을것 으로 짐작이 된다.
바람재 북서쪽 2시방향 분수령 가까이에 붙어있는 지통마는 2002년 개봉했던 이정향 감독의 영화 "집으로"의 촬영지 이다.
외할머니 김을분 할머니가 살던 굴피집은 황악산에 주종을 이루고 있는 참나무와 흙,돌,을 주재료로 지은 초자연적이고 친환경적인 가옥이다.
구불구불 이어진 비포장도로 저편에서 흙먼지 날리며 마을 버스가 올라오는듯한 감상에 젖을무렵 바람재 표지석이 눈길을 끈다.
자연석에 음각으로 새겨진 글자가 바람에 날려 삐뚤삐뚤한데 석공의 재치에 미소가 절로나온다.
영화 집으로의 장면을 떠올리며 가파른 형제봉경사면을 오르니 동쪽으로 김천시가지와 신라의 아도화상이 창건했다고 전하는 직지사가 보인다.
대구에서 멀지 않은 위치여서 몇차례 가 본적이 있다.
아도화상이 손가락으로 절터를 가리켜 절을 짓게 함으로써 직지사가 되었다는 유래도 있지만 직지(直指)는 "직지인심 견성성불(直指人心 見性成佛)"
즉, "사람이 갖고있는 참된 마음을 똑바로 가리켜 밝게 되면 부처가 된다."
는 뜻으로 마음속의 부처를 갈고 닦으라는 가르침이다.
악우여러분! 한걸음 한걸음 타박타박 하염없이 대간길 밟아가는 이 과정이 우리들 자신을 성찰하는 닦음의 길이 아닐런지요?
형제봉에서 내려다 본 김천벌은 시설채소와 김천의 특산물 포도재배를 위하여 설치한 비닐하우스로 인하여 은빛물결을 이루었다.
황악산으로 이어지는 참나무 숲길에선 타임머신을 타고 초등학교 시절로 돌아갔다.
6학년때 수학여행 코스가 구미공단-추풍령-직지사로 이어지는 여정이었는데 직지사 아래 집단시설지구내 한옥형태의 경흥여관에서 1박을 하였다.
한방에 발디딜틈도 없이 비좁게 누워서 선잠을 자고 다음날 직지사를 견학 할때 천개의 작은불상이 안치되어있는 전각에서 가사를 입지않은 알몸의 부처를 발견하고 "고추달린 부처다"라고 큰 소리로 외쳤다가 담임선생님께 왕꿀밤을 맞았던 기억이 난다.
세월이 흘러 다시가 본 그 전각은 '비로전' 이었다.
직지사의 여러 당우들이 임진왜란때 소실되었으나 유일하게 이 건물만 화마를 피했다는 사실도 알았다.
민간엔 법당에 들어서면서 첫눈에 알몸불상을 발견하면 필히 득남한다는 속설이 있는데 초등학교 시절의 추억어린 효험이 훗날 석경이 녀석을 점지해 준거가 ㅎㅎㅎ
석경이 녀석은 영문도 모르고 앞서서 터벅터벅 걸어간다.
6학년인 저 녀석이 장가들어 중년이 되어 오늘을 돌이켜본다면 무슨생각을 할까.
10:25
황악산 정상에서 사진한 장 을 남기고 괘방령으로 내려가는 길은 제법가파른 내리막이 연속이다.
지난겨울 백두대간계획을 세우고 체력 훈련겸해서 올라올때는 눈이 쌓여서 아이들이 여러번 미끄러지기도 했던 곳이다.
11:30
운수봉을 지나면서 시장기가 느껴진다.
괘방령에서 정심을 먹으려 했으나 아무래도 바람의 세기로 보아 도로가 지나는 고개마루엔 바람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 되어 괘방령을 내려가기전에 간단히 간식을 먹고 괘방령을 지나 가성산 오르막 중간쯤에서 휴식겸 점심을 먹기로 계획을 수정하였다.
12:15
여시골산을 지나 떠밀리듯 급경사로 내려와 도착한 괘방령엔 겨울 바람만 쌩 쌩 거리며 달려가고 돌탑과 장승들이 고갯마루의 옛명성을 잊기위해 세월을 헤아리고 있었다.
977번 도로가 지나는 이 곳은 조선시대 한양과 부산을 오가는 세관문중 서쪽에 위치한 통로로서 주로 상로(商路)로 많이 이용되었다고 한다.
가성산 중턱에서 도깨비 기름을 곁들인 간단한 점심을 먹고 낙엽쌓인 오솔길을 치고 오른다.
14:25
들리는 소리라곤 슁슁대는 바람소리뿐인 가성산 정상은 시멘트로 넓게 포장이 되어 있었다.
김천 시가지 쪽에서 추풍령을 향해 거침없이 달려가는 경부고속도로,경부선 철도 4번국도가 선명하게 보인다.
이제 눌의산을 넘어 저기보이는 도로와 만나면서 오늘 산행이 끝을 맺게 된다.
아찔한 내리막을 잠시 내려서고 몇번의 오름내림을 하는 다리품을 팔고서 이번구간 산행의 마지막 봉(눌의산)에 선다.
늘 웃는 모습이 넉넉한 산천제님도 여유를 즐기시며 주변을 조망하고 계셨다.
추풍령 휴게소와 경부고속도로 준공 기념탑도 선명히 보이고 이제 내려가기만 하면 되는데 내려가는 길이 예사롭지 않다.
급경사에다 등반시간도 9시간이 가까워 오면서 다리도 아프고 마지막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게 되었다.
조심스래 하산을 하다 산중턱에서 세찬 바람에 떨고 잇는 진달레 한송이를 발견 했는데 철모르고 피어나 혹독한 시련을 겪고 있는 모습이 애처롭다.
김천의 특산물 포도밭 사이로난 길을 따라 걷다가 오랫만에 철길 건널목 앞에 앉아서 기차가 지나는 모습을 보았다.
한때는 줄줄이 꼬리를 물고 달려가는 기차를 보며 감상에 젖기도 했었는데..
16:50분
해질무렵 추풍령은 추위와 거센 바람탓에 을씨년 스럽기 까지 했다.
게다가 추풍령 표지석에 새겨진 남상규의 추풍령 노래가사가 눌의산을 넘어가는 노을과 교차되며 묘한여운을 남긴다.
추위를 피해 모텔1층을 빌려 따끈한 우동으로 속을 풀고 백성수 사장님과 2분선배님들의 백두대간 완주 기념 행사를 가졌다.
완주를 축하하며 대간의 기운을 받아 나날이 좋은 날만 이어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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