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 2007년 10월 21일 당일산행
총거리 : 웅석봉-진부령(785km)
걸어온길 : 웅석봉-부항령(188.85km)
남은거리 : 부항령-진부령(596.15km)
도상거리 : 약 18.7km
실 거리 : 약 19km
산행시간 : 약 8시간 30분
고도표
지형도
새벽 3시에 휴대폰의 힘을 빌어 잠자리를 털고 일어나 창문을 열어보니 고요한 밤 하늘에 듬성듬성 박힌 별빛 몇개가 눈맞춤을 해온다.
6:50
산행에 앞서 신풍령 휴게소 앞에서 단체사진을 찍고 출발을 했다.
마루금으로 진입하자 찬바람이 귓볼을 스치고 장갑을 껴야만 했고 땅이 얼부풀어 밟으면 서릿발이 부서지며 발자국이 생길 정도로 기온이 내려갔다.
수정봉을 넘어 된 새미기재 부근엔 물푸레 나무가 집단 서식하고 있었는데 어느새 잎은 모두 떨어지고 앙상한 가지와 회백색 얼룩무늬가 선명하게 도드라져 보인다.
물푸레나무 가지를 꺽어서 물에 담궈두면 푸른물이 나온다고 해서 "물푸레"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는데 목질이 단단하여 도끼나 괭이 같은 농기구의 자루로 쓰이며 특히 도리깨의 재료로는 최고다.
그래서 어떤 지역에서는 도리깨나무라고 부르기도 한다.
호절골재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계속해서 오르막에 뽀얀 입김을 내뿜다 보니 산죽잎이나 산딸기 나무잎에 쌀가루 같은 된서리가 하얗게 덮여 있는 모습이 보인다.
차츰 정상이 가까워 지면서 나뭇가지에 눈꽃같은 상고대가 조금씩 보이기 시작 하더니 삼봉산 정상 부근에선 상고대가 절정에 이르고 지금이 가을인가 겨울인가 눈을 의심케 할 정도로 가지마다 은빛 꽃을 피웠다.
모두들 입을 다물지 못하고 사진을 찍느라 산행이 지체되기 까지 하였다.
서쪽 고을에서 불어온 습한 공기가 높은 삼봉산을 넘지 못하고 나뭇가지에 수분을 내려놓으면서 상층부의 찬공기와 합작으로 대자연의 예술작품을 탄생시킨 것이다.
아직 단풍구경도 충분히 즐기지 못한 아쉬움이 있는데 겨울이 지름길로 온 듯 하다.
어쩌면 한걸음 앞질러온 진풍경 이기에 더 호들갑 스럽게 반기는 간사함이 내안에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8:40
멀리서 볼때 봉긋한 젖무덤 처럼 유순해 보이던 삼봉산은 품속에 옹골찬 수직 암벽을 품고 있었다.
상고대에 홀려 정신을 놓듯이 하고 가다가 수직 암벽을 만나 적잖이 당황하는 기색들이다.
조심스레 로프를 타고난 뒤 소사고개를 향해서 내려오는 길은 엄청 가파르고 날카롭게 모난 돌들이 복병처럼 흩어져 있어서 한걸음 한걸음 조심스런 행보를 해야만 했다.
<대동여지도>와 <산경표>에는 삼봉산까지를 덕유산권으로 친다.
내리막 끝자락에 초원같이 넓다란 배추밭이 긴장감을 풀어주는데 요즘 하늘높은줄 모르고 치솟는 야채가격을 생각하면 주부대원들은 배추밭을 바라보는 시선이 남다를듯 하다.
배추밭 왼쪽 가장자리를 따라 대간길은 이어지고 삼도봉과 대덕산이 병풍처럼 앞을 가로막고 나선다.
배추밭에서 좌측 낙엽송 사잇길로 빠지면 전북 무주(무풍면)와 경남 거창(고제면)을 이어주는 1089지방 도로가 나온다.
무풍은 풍수지리적으로 봉황이 날개를 펴고 내려오는 형국의 지세라 하여 <정감록>이나 비결서에 십승지로 손꼽히는 지역이며 통일신라시대 경덕왕때 무산을 무풍이라고 개명하여 지금까지 불리어 진다.
도로변에 작은 논다랑이에는 추수를 하여서 말리기 위해 줄지어 세워놓은 벼낱가리(발가리)가 가을볕을 받고 있었다.
어린시절 볕단을 세우고 계신 할아버지 모습이 흑백사진을 보듯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우리 할배는 온가족들이 베어놓은 볏단을 참 잘도 세우셨는데...
9:38
지방도로를 횡단하여 12시방향 능선으로 진입 하여 시금치밭과 배추밭이 있는 마을을 지날때 구절초 쑥부쟁이 고들빼기 같은 가을 야생화들이 길옆 절개지에 위태위태하게 뿌리를 내리고 바람에 하늘댄다.
소사마을을 지나는동안 아침의 쌀쌀하던 공기는 따스한 햇살에 밀려 사라지고 삼도봉을 오르는 길엔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히기도 했다.
한달음에 정상까지 가기가 버거워 전망이 좋은 장소에서 지나온 삼봉산을 건너다 보며 쉬어갈겸 준비해 온 사과를 껍질째 한입 베어물어 보니 그 맛이 정말 일품이다.
똑같은 사과가 집에서 먹을때와 이토록 다른맛이 나다니...
이또한 땀흘린 노동의 댓가이자 산이 주는 선물이 아닌가.
11:17
삼도봉 정상에는 허리가 부러진 정상 표지석이 돌무더기에 의지해 몸을 가누고 있었으며 주위엔 한무리의 억새가 서성이고 있었다.
북서쪽 10시방향으로 대덕산의 부드러운 갈색 능선이 손에 잡힐듯이 건너다 보이고 앞서가는 산우들은 점점이 줄을서서 조금씩 올라가는데 그 모습이 개미소풍가는 듯 하다.
삼봉산 정상에서 이어지는 대간 마루금은 탐방로 주변 잡목들을 깨끗이 벌목하여 시야 확보가 용이 했으며 안내 표지판이 필요없을 정도로 가야할 길이 한눈에 들어왔다.
저만치 대덕산 정상을 앞두고 제비꽃 몇 송이를 만났다.
제비꽃은 이른봄 담장밑이나 논,밭두렁 마을 주변 야산같은 양지바른 장소를 좋아하는데 해발1200m가 넘는 고산지대까지 올라와서 겨울을 목전에 두고 피어있는것을 보니 일상탈출은 사람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식물에게도 그러고싶은때가 있나보다.
북쪽의 찬 공기를 대덕산이 막아주고, 남향의 햇살을 받아서 온화한 생육조건이 조성된 것 같다.
작은 식물이지만 쓰임새는 많다.
불면증, 변비, 관절염의 약제로 쓰이기도 하고 타박상 부스럼에 잎을 찧어 바르면 효과가 있으며 특히 생손 앓는데 효험이크다.
이같은 약리작용은 살균작용을 하는 성분이 있기 때문이고 향기도 좋아서 향수나 염료의 원료로 쓰이기도 한다.
제비꽃은 대부분 이름봄 벌이나 나비같은 곤충들이 활동하기 전에 피어나므로 곤충에 의한 수정이 불가능 하므로 "자가수정(자신의 몸속에서 스스로 수정을 함)"을 하기때문에 씨방이 뿌리부분에서 올라온다.
12시경
대덕산 정상 헬기장에 오르니 넓은 헬기장 가장자리 억새숲에 여러동지들이 점심식사를 하고 계셨다.
이곳에서 소백산맥과 가야산맥이 갈라진다.
쉬엄쉬엄 간식을 먹으며 왔기에 점심 생각이 없어 좀더가다가 점심을 먹기로 하고 주변 경관을 조망하고 덕산재 방향 내리막으로 시야를 돌려보니 오늘 걸어가야할 남은 구간이 한눈에 들어온다.
대덕산에서 덕산재 구간 내리막은 또다시 심한 경사지 였으나 탐방로를 지그재그로 만들어 놓아서 큰 무리없이 단풍구경을 하면서 내려올 수 있었다.
덕산재 무주-김천을 잇는 30번 국도를 횡단하여 휴게소 뒷편으로 방향을 잡고 약 40여분 야산같은 주능선을 따라가니 탐방로 중앙에 10시 방향으로 크게 방향을 꺽어놓은 선봉대장님의 →표 안내가 있었다.
아마도 안내표지종이가 없었다면 곧장 앞으로 나갈듯한 지형이었다.
폐광터 절개지를 지나고 선황당재부근에서 부터 다리가 묵직해지고 체력이 저하되어 가는데 산천제님 백성수 사장님과 9차 선배몇분이 뒤따라 오시더니 지친 기색도 없이 853봉을 향해 곧장 올라가신다.
힘찬 뒷모습에서 경륜과 내공의 기운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10월28일이면 대망의 백두대간을 완주하시는 9차 선배님들의 값지고 빛나는 완주를 진심으로 축하해 드리고 싶다.
그날 진부령엔 단풍보다 아름다운 사람들이 축배를 높이 들겠지?
축배의 뜨거운 현장에 함께 참석하여 축하 주 한 잔 해야겠다.
15:25
부항령에 애마가 보일무렵 어묵탕 끓이는 냄새가 발걸음을 앞당기고 언제나 처럼 여대장님과 애마기사분들이 수고들 하고 계셨다.
팔각정에서 맛있게 조려진 어묵탕과 탁배기 두잔을 마시고 터널을 지나 계곡에서 내려오는 물에 발을 담그니 8시간 넘게 쌓인 피로감이 차가운 계곡물에 녹아 흘러내린다.
부항령엔 삼도봉 터널이 뚫려 있었으나 교통량은 그다지 많지 않아 이따금씩 차량이 오갔다.
고개동쪽마을이 가마솥같이 생겼다 하여 "가매실", "가목"으로 불리어 지다가 한자로 표기하면서 부항이라고 쓰게 되었으며 이곳 고개마루는 부항령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김천시 무항면과 무주군 무풍면을 잇고 있으며 경상도와 전라도를 연결하는 백두대간 고개마루 중 최북단에 위치한다.
아침출발은 88올림픽 고속도로를 이용했지만 귀가할때는 경부고속도로를 이용했다.
그동안 걸어온 길이 어느정도 실감나는 순간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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