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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정맥 제19구간(외항마을-배내고개)산행후기

함종대 2010. 3. 18. 20:30

 

 

*산행일:2010년3월7일(당일 산행)
*산행지:낙동정맥 제19구간(외항재-배내고개)
*종주코스:외항마을-894.8봉-운문령-가지산-석남터널-능동산-배내고개
*산행거리 거리:15.1km
*낙동정맥 총거리:392.4km(천의봉-몰운대)
*걸어온길:307.3km(천의봉-배내고개)
*남은거리:84.1km(배내고개-몰운대)
*산행시간:약9시간(후미기준)
*날씨:오전; 눈 오후:흐리고 차츰 바람불며 기온 내려감
*길동무:27명
*지형도:
       
 
*고도표:
   

 

하루가 멀다 하고 내리는 봄비에 시설 채소를 재배 하는 농민의 시름이 깊어가고 채소 가격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배추(2포기묶음)1단에 만원이 넘었다고 하니 금추라는 말이 빈말이 아니다.

지난 봄 유래 없는 가뭄으로 잇단 산불과 하천 바닥에 배를 드러내고 말라 죽은 물고기의 떼 죽음을

생각하면 참 불 공평하고 짐작 할수 없는 이상 기후에 인간의 나약함과 환경 파괴에 따른 필연적인

인과응보는 아닌가 돌아보게 된다.

그나마 아이티,칠레 지진 대참사에 비하면 이 정도는 고맙다고 해야 하지 않을까 라는 위안을 하며

비오는 새벽 베낭을 메고 집을 나선다.

동료를 태우고 출발 지로 달려가는 도중에도 추적추적 내리는 봄비에 은근한 걱정을 하면서도

고지대는 눈이 내릴 가능성에 한 가닥 기대를 품었다.

07시45분 외항마을 출발

외항재에 이르기도 전에 이미 도로까지 눈이 쌓여서 고개를 오르 내리는 차량들은 거북이  운행을

해야만 했고 출발지를 외항재 에서 와항 마을로 변경하였다.

 

 

 경칩도 지나고 봄을 기다리던 물레방아는 다시 겨울잠에 빠지고 대현숯불갈비 옆쪽으로

우성목장을 향한 직선 농로는 황량한 벌판과 더불어 모두다 하얀색으로 변하고 길게 늘어선 전신주가

도로와 농지의 경계를 가늠하게 할 뿐이다.

 

 목장을 지나 본격적인 산행 기점이 되는 일송 수목원 표지석 앞에서 단체 사진을 찍고 아이젠을 착용

하는등 만반의 준비를 하고 산으로 진입 하는데 밤 사이 내린 적설량은 벌써 발이 푹푹 빠질 정도로

쌓이고 주인 없는 빈 둥지에도 하얀 지붕이 만들어졌다.

 비를 맞으며 산행 하리라 짐작했던 동료들은 뜿밖의 눈 산행에 모두들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초입부터 설경을 열심히 사진에 담고 즐기며 어느때 보다 분주한 출발을 한다.

 

 차츰 고도를 높여 가면서 설경은  깊이와 품격을 달리하며 마치 완성도를 높여 가는 작품처럼 단 하나의

색상 만으로 차원 높은 걸작을 만들어 가고 있었다.

 

 대자연의 걸작에 일 부분이 되어버린 동료들은 몸도 마음도 이미 자연에 동화되어 사바세계의

어지러움은 잊은지 오래고 경쾌한 웃음소리는 끊일 줄을 몰랐다.

 8시57분894.8봉

흐린 날씨와 오락 가락 내리는 눈발에 시계가 좋지 않아 조망은 일찌감치 포기를 했지만 오늘처럼

시야에 들어온 사물들이 모두다 경이로운 날엔 굳이 먼곳을 바라보지 않아도 마음은 한없이 풍요롭다.

 

 봉우리에서 좌측으로 꺽이며 내려가는 비탈면엔 잡목과 철쭉나무가 터전을 잡고 있는 가운데 눈에 띄는

철쭉나무 노거수가 한 그루 있었다.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밑둥엔 구멍이 생기고 속이 비어 있었지만 비스듬하게 뻗은 줄기는 아직 당당함이 묻어나는 경륜 같은게 느껴졌다.

밑둥의 굵기로 보아서 500년 이상은 되어보였는데 보다 더 정확한 나이 측정과 보호 대책이 필요하다고

느껴지며 무엇보다 사람의 지나친 간섭이나 산불같은 재앙으로부터 안전하게 보호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보았다.

 

 09시12분 춤추는 소나무

천방지축 사방 팔방으로 가지를 뻗은 소나무 앞에서 익살스런 포즈로 사진을 남기고 20여분 진행하니

운문령이었다.

 09시35분 운문령

 운문령 간이 매점을 점령한 동료들이 막걸리 병을 흔들며 후미를 유혹 하는데 굳이 오라고 하지 않아도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까^ ^

좌석이 부족하여 선 채로 연거푸 두 잔을 마시고 나니 짜르르한 전율이 기분좋게 온 몸으로 퍼진다.

 

 

 운문령 포장도로를 건너 임도 입구에는 가지산과 영남알프스를 알리는 각종 표지판이 즐비하고

정맥은 임도를 따라 진행하게 된다.

 잠시 후 임도 좌측으로 펼쳐진 공터에서 장난기가 발동한 일부 동료들은 눈밭을 뒹굴며

보는 이와 뒹구는 당사자가 피워 내는 장난기는 세월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려 열두 살 풋내기의 

동심으로 돌아가 웃음꽃은 눈이 시리도록 하얗게 쌓여갔다.

 

 임도는 마루금 중심을 좌우로 궆이치며 고도를 높여 가면서 몇 차례 정맥과 만나고 헤어짐을 반복

하는데 늘 그러하엿 듯이 임도 파와 마루금 파로 나뉘어지고 나는 귀바위와 상운산을 만나기 위하여

마루금 쪽을 선택 하였다.

 

 임도와 마루금이 두 번째 만나는 장소에 있는 이정표다.

 9명의 동료들이 임도로 향하고 마루금 쪽은 노송과 설경이 빛어 내는 풍광이 점입가경 이다.

썩어가는 고사목에도 아름다움이 피어나고 딱딱한 너덜에도 온화하고 부드러움이 입혀진다.

이렇게 눈이 시리도록 황홀한 자연 품에 안기어 있으면 행복 지수가 가파르게 치솟으며 심장의 요동은

살아 있음을 증명이라도 하듯 더욱 방망이 질을 해댄다.

 

 10시26분 의자가 있는 임도

귀바위와 상운산을 오르려면 쉼터가 있는 이 곳에서 임도를 버리고 마루금을 타야 하며 임도로 진행하면

상운산을 돌아서 쌀바위까지 이어진다.

 

 귀바위 방향 마루금엔 무릎까지 눈이 쌓인 곳도 있어 고도가 많이 높아졌음을 실감하게 되며 설화는

더욱 환상적인 풍광을 연출하며 발목을 잡는다.

 

 

 11시03분 귀바위

흐릿한 눈바람 너머로 시커멓게 솟아있는 거대한 암벽은 선답자들의 사진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웅장한

모습으로 버티고 있었다.

검은빛의 바위와 하얀눈의 조화는 아련한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흑백사진 속의 한 장면을 닮았다.  

 맑은 날엔 귀바위에서의 조망이 일품이라고 했는데 조망은 오리무중이요 춘삼월 눈바람은  날카로운

비수처럼 등산복의 빈틈을 공략하며 오래 머물지 못 하게 하였다.

 

 11시15분 상운산

상운산 역시 귀바위와 크게 다를바 없이 바람과의 겨루기가 지속되고 이미 지난 밤 부터 눈바람의

세찬 공격을 받은 표지목 이나 주변 나무는 표정마저 하얗게 질려서 얼어붙었다.

상고대를 따서 살짝 깨물어보니 얼마나 풍파에 시달렸는지 거의 얼음과 같았다.

 

 

 상운산에서 돌아나와 쌀바위로 내려서는 길은 바람이 막힌 숲으로 이어지는데  성가실 정도로 우거진

잡목들도 오늘은 완전히 탈바꿈하여 새하얀 연미복 차림으로 손님을 맞이하고 있었다.

이렇게 단장하고 맞이하는데 어찌 기쁘지 아니하리요.

 

  쌀바위로 이어지는 임도로 내려서니 전망대같은 시설이 있었지만 오늘은 무용지물이고 어디서 왔는지

백구 한마리가 서성이는데 온통 하얀눈 때문에 백구의 존재는 빛을 잃고 말았다.

 임도를 따라 쌀바위로 가는 길은 룰루랄라 풍경 좋고 분위기 좋고 모두다 신선의 걸음이다.

 

 11시46분 쌀바위

쌀바위 라는 독특한 지명의 유래가 무색하게 바위도 나무도 오늘 만큼은 쌀가루를 뽀얗게 뒤집어

쓰고 있어 쌀가루바위가 더 어울릴 듯하였다.

간이 매점에 들려서 잠시 참새가 되었다가 잠시 주변을 둘러보며 체력 충전을 하였다.

 

 

 태화강의 발원지 라고 알려진 쌀바위 석간수를 마시는 이희원님 표정에서 진지한 구도자의 분위기가

풍기고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석간수는 얼지도 않고 마셔보니 생각보다 차갑지 않고 시원하였다.

 쌀바위 전설이 바뀌어 석간수를 마시면 평생 밥을 먹지 않아도 배가 고프지 않는 신통력이 생긴다면

이라는 엉뚱한 상상을 하며 바위 뒤쪽 으로 난 등로를 올랐다.

 

 가지산 정상이 가까워지며 막바지 오르막은 인내력을 시험 하려는 듯  가파르게 치솟았지만 더욱 화려하고 기품있는 풍경은 거친 호흡도 가쁜 숨소리도 모두 잦아들게 하였다. 

 

 

 

 12시36분 가지산 정상

 세찬 바람이 몰아치는 정상엔 나들이 객들이 몰려서 혼잡을 이루고 정상석을 배경으로 기념 사진 한 장찍는데도 치열한 경쟁이 있었다.

점심은 정상대피소 안 밖으로 나뉘어 해결 하였는데  자리값을 하기 위하여 불 필요한 라면과 어묵을 시켜서 준비해간 음식도 다 먹지 못 하고 비좁고 분주하였다.

 TV에 출연 했다는 눈썹 그린 누렁이가 유명 세를 누리며 탐방객 사이를 오가며 넉살좋게 배를 채운다

자리를 떠나려고 뒷정리를 하던중 백두대간 동지였던 건맨님을 만나 잠시나마 반가운 인사를 나누었다.

연말 쯤에 합류한다고 하니 꼭 그렇게 되길 바라며 중봉(좌측)을 향하여 미끄러운 바위지대를 내려갔다.

 

 석개재 방향에서 올라오는 인파가 많아서 탐방로는 눈이 다져지고 반질반질 미끄러운 바위와 경사면이

도사리고 있어 상당한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다.

조심을 했지만 눈 깜짝 할사이에 꽈당 크게 한 방 먹고나니 정신이 아찔 하였다,

아이젠은 준비 해왔지만 임대 해주고 스틱에만 의지하며 여기까지 한 번도 미끄러 지지않고

온게 비 정상 인지도 모른다.

아이젠도 신지않은 상태에서 한 번의 미끄러짐은 눈에 대한 에티켓 이라고 스스로 위로하며

발자국이 없는 장소를 골라 밟으며 조심스럽게 이동하였다.

 오후가 되면서 차츰 날이 개이고 가시 거리가 늘어나서 3월에 눈덮힌 산하를 굽어볼 수 있었다.

중봉에서 석남 터널방향 내리막은 경사가 심하고 탐방객이 많은데다 미끄러워서 진행이 더디고

오후가 되면서 기온까지 내려가기 시작하여 추위를 느낄 정도였다.

 14시03분 석남 터널 방향 계단

 

          

 

 가파른 경사면을 내려오던 마루금이 잘록이에 이를무렵 좌측 사면으로 내려가는 가파른 나무계단이

나온다.

사전 정보에 의하면 정맥은 반드시 계단을 타야 한다고 했다

가파른 계단을 내려와 능동산 방향으로 진입 하면서 일반 관광객과 구별되어 우리들만의

호젓하고 조용한 산행이 시작 되었다.

 

15시29분 그림같은 소나무

 가지산 급사면을 내려올 때 미끄러 지지 않으려고 신경을 곤두세우고 긴장 한 탓인지 알콜기운이

떨어져서 인지 석남터널을 지나 완만한 마루금을 지날 땐 나른함이 몰려오기도 하였다.

그림 같은 소나무 아래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능동산 오름이 보이는 무명봉에서 간식을 하며

에너지를 충전 한 후 유난히도 철쭉나무 군락이 무성한 능동산 비탈면에 붙어본다.

숲의 무법자 미역줄넝쿨도 녹슬은 철사같은 흉칙함을 감추고 하얀 천사의 분칠을 하고 있었지만

광범위하게 세력을 확장하고 있는 형세를 볼때 특단의 조치가 있어야 할 것으로 느껴졌다.

 

 계단을 오르면 능동산 갈림길 이정표가 있는 삼거리에 닿는데 가지산에서 고헌산으로 흐르는 영남알프스

산군들을 뒤 돌아보는 풍광이 일품이다.

하루 종일 시야를 가리고 있던 안개가 걷히며 마지막 선물을 안겨 주었다.

 능동산 갈림길에서 조망을 즐기느라 미처 이정표도 확인하지 못하고 직진 하다보니 느닷없이 능동산

정상석이 나타났다.

사전 조사에 의하면 삼거리에서 배내고개는 좌측, 능동산은 직진 이라고 하였기에 선두에 확인 후

간월-신불능선을 잠시 조망하고 삼거리로 돌아왔다.

 삼거리에서 배내고개로 내려서는 급사면은 질퍽거림과 미끄러움으로 쉽지않은 행보 였으며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었다.

16시 50분 배내고개

황소바람이 몰아치는 배내고개는 고개마루를 낮추는 도로공사와 휴게소 신축 건물 공사가 겹쳐서

황망하고 혼란스럽기까지 하였다.

주차공간도 확보되지 않아서 공사중인 도로를 따라서 우측으로 한 모퉁이 돌아서는 지점에서

먼저 하산 한 산우들이 하산주를 준비하고 있었다.

강한 바람과 추위로 오래 머물수 없어 간단히 요기를 하고 서둘러 그곳을 벗어나야만 했다

 희생과 봉사 정신으로 하산주 요리를 해주신 두 분 부회장님과 선두 조 회원님들께 감사의 말씀 드리며

함께 하였기에 더욱 값진 여행이 되었음을 새삼 느낀 하루였다.